된장 도자기 만드는 스님 "나누는 재미, 보통아니죠"(조선일보 20160617 옮김) > 언론에 비친 보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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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도자기 만드는 스님 "나누는 재미, 보통아니죠"(조선일보 20160617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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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6-17 08:50 조회4,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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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도자기 만드는 스님 "나누는 재미, 보통 아니죠"

입력 : 2016.06.17 03:00 | 수정 : 2016.06.17 03:46   

- 포항 보경사 철산 스님
주지 부임 후 영농조합 만들어 참선 수행 틈틈이 10여종 생산
"그동안 사찰은 너무 받기만 해… 절에서 할 수 있는 것 나눠드려"

특정 장소를 생각하면 냄새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경북 포항 보경사(주지 철산 스님)는 내연산의 소나무 숲과 12폭포로 유명한 고찰(古刹). 그렇지만 상당수 방문객들에겐 '장(醬) 냄새'로 기억될 것 같다. 보경사 경내에선 장독 600개가 있다. 근처에 다가서면 된장, 간장 특유의 고릿한 냄새가 풍긴다. 시선을 돌려 바로 옆 건물 처마를 본다. 멀리서 봤을 땐 처마 밑에 붉은색 연등이 걸린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메주를 담은 붉은 망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철산 스님과 마주 앉으니 커다란 도자기 사발에 경옥고를 뜨겁게 타준다. 경옥고와 도자기 모두 철산 스님이 만든 것이다. 철산 스님은 보경사 주지이자 선원장이며 15종의 물품을 생산·판매하는 보경영농조합 대표다.

철산 스님은“앞으로 항아리를 3000개까지 늘려 원하는 분들께 퍼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보경사 경내엔 된장, 간장을 담그는 항아리가 600개에 이른다. 철산 스님은“앞으로 항아리를 3000개까지 늘려 원하는 분들께 퍼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우리 사찰은 그동안 받는 데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절에서 스님들이 상추만 뜯어 드려도 신도분들은 너무나 좋아합니다. 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눠 드리면 좋아하시는데 안 할 이유가 있나요? 드리는 재미가 보통 재미가 아닙니다."

보경사는 거대한 '공장'이다. 장독대를 지나 동쪽으론 경옥고와 민들레오미자조청을 만들고 찻잎을 덖는 공장이 있다. 앞으로 이 공장 옆엔 도자기 굽는 가마도 만들 계획이다. 보경사 종무소 앞 마루엔 된장, 조청, 죽염이 진열돼 있다. 보경영농조합 홈페이지엔 사찰이 영농 사업을 하는 이유를 '사찰 임야를 이용해 재정을 확보하고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며 수익금은 지역에 환원하겠다'고 적었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즉 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러나 실제로는 파는 것보다 그냥 드리는 게 많다"며 "복 짓는 것"이라 했다.

보경사 건물 처마에 메줏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보경사 건물 처마에 메줏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김한수 기자
철산 스님은 본디 선승(禪僧)이다. 본인 기억으로 "60 안거(安居) 가까이 했다"고 할 정도로 전국의 선방(禪房)을 찾아다니며 참선 수행에 몰두했다. 지난 2002~2003년엔 선승 20여명이 경북 봉화 각화사에서 15개월 동안 산문 출입을 끊고 하루 15시간씩 치열하게 수행한 가행정진(加行精進)에도 참여했다. 한국 간화선 차세대 선승으로 꼽힌다. 그런 철산 스님이 영농조합을 만든 것은 10여년 전 문경 대승사 주지로 있을 때부터다. 차(茶)를 좋아하다 보니 직접 덖어 만들어 마시게 됐고, 다기(茶器)에 관심이 생겨 직접 가마를 만들어 굽게 됐다. 한때는 도자기 유약을 배우기 위해 안거가 끝난 후 타일 공장에서 먹고 자며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씩 직접 배우고 만들어 전국 사찰과 주변의 인연 닿은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선승으로서 본분은 잊지 않고 있다. 2013년 말 이곳 보경사 주지로 임명된 후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선원 짓기였다. 또 작년 선원이 완공되기 전에는 주지실에서 뜻 맞는 선승 7~8명과 함께 안거에 들었다. 올해 하안거에는 10명의 선승이 동참했다. 철산 스님은 "(불교에서) 수행을 빼면 뭐가 있나"라고 했다. 그는 "사찰에 선원이 있고 없고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선원이 있으면 벌써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출가 30년 됐는데 걸레 빤다'고 할 정도로 구참(久參)들도 많이 오고요, 4년치 안거 신청이 밀려 있습니다." 철산 스님 역시 주지 업무를 보면서 정진 시간엔 선승들과 함께 법복(방석)에 앉는다.

스님은 현재 600개인 장독을 장차 3000개쯤으로 늘릴 생각이다. "지금은 2년밖에 안 돼 아직 된장 맛이 덜 들었습니다. 한 5년쯤 지나면 제대로 맛이 들 텐데 마음 놓고 나눠 드리려면 만드는 양도 좀 늘려야죠." 그는 이렇게 나눠주는 데 대해 선문답(禪問答)하듯 "내 것 내가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수행하고 나누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뜻이었을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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